<p></p><br /><br />[앵커]<br>예로부터 멸종 위기에 놓인 귀한 동물을 다른 나라에 선물로 보내는 건, 그 자체로 양국 우호의 상징이었습니다.<br><br>고대 이집트에선 기린이, 최근엔 중국의 판다가 동물 외교관 역할을 해왔습니다.<br><br>그런데 이런 '동물 외교'가 사이 좋았던 나라들을 얼굴 붉히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.<br><br>세계를보다, 김태림 기잡니다.<br><br>[기자]<br> 회색 솜 뭉치 같은 새가 우리 안을 깡총깡총 뛰어다닙니다. <br> <br>[현장음] <br>"종종 뛰어다니는 것 좀 봐. 이렇게 (새가 들어가 있는) 상자를 닫고 열면 깜짝 놀랄 거야" <br> <br> 장난을 치듯 사람들이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기도 합니다. <br> <br> 뉴질랜드가 미국에 선물한 뉴질랜드의 국조인 키위새입니다. <br> <br> 미국 마이애미 동물원이 직접 키위새를 만져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자 뉴질랜드가 발칵 뒤집혔습니다. <br><br> 영상이 공개되자 "예민한 키위새에게 못할 짓"이라며 비난이 쏟아졌고 뉴질랜드 총리도 나서 프로그램 수정을 요구했습니다.<br><br>[뉴질랜드 뉴스 진행자] <br>"우리의 국조인 키위새를 그렇게 대한 게 매우 속상했어요. 사과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." <br> <br>[마이애미 동물원 소장] <br>"우리가 정말 잘못된 일을 했어요. 어떤 핑계도 대지 않을 겁니다. 용납할 수 없는 그 일을 바로 중단했습니다." <br> <br> 프로그램은 결국 중단됐고 우호 강화를 위해 보내진 키위새로 동맹인 미국과 뉴질랜드가 얼굴을 붉혔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. <br> <br>동물외교는 상대국 국민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한 소프트 외교의 전형적인 방식입니다. <br><br>멸종위기 동물처럼 특별한 의미가 있는 희귀종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데요.<br><br>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아이바오와 러바오 부부는 2대에 걸쳐 한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. <br><br> 2012년 일본과 러시아가 교환한 아키타견과 시베리아 고양이는 당시 분쟁 중이던 쿠릴열도 협의 재개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. <br> <br>이처럼 외교사절 역할도 하지만 동물 건강 때문에 곤혹스런 일도 자주 발생합니다.<br><br> 최근 태국에서는 21살 고령인 판다 린후이가 돌연사했습니다. <br><br>태국은 임대 계약 종료 6개월을 앞두고 숨졌다는 이유로 중국에 보상금 5억 원을 물어야 했습니다. <br><br>귀국을 앞둔 지난 2월 미국에 있던 판다 러러의 사망에 대해 중국에선 학대 의혹까지 제기하며 다른 판다들도 돌려달라는 요구가 나왔습니다. <br> <br>두 나라 모두 합동 부검까지 해 각각 고령과 심장마비가 사인으로 밝혀졌지만 양국 감정은 상한 후였습니다. <br> <br>[데이스 와일더 / 조지타운 미-중 수석 연구원] <br>"중국과 서방 정부 간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이 서방 동물원에서 판다를 철수시키는 것으로 보입니다." <br> <br> 멸종 위기 동물들이기 때문에 주의가 더 필요하고 동물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까지 더해졌습니다. <br><br>[조희경 / 동물자유연대 대표] (싱크 수정) <br>"그 나라에 없는 동물이라는 것은 그 서식 환경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. 각 나라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주고받는 것이다 보니까 동물권 이런 부분은 고려되지 않고…" <br> <br> 말 못하는 동물의 감정이나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외교 사절 명목으로 주고 받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. <br> <br>세계를보다, 김태림입니다. <br> <br>영상편집 : 강 민<br /><br /><br />김태림 기자 goblyn_mik@ichannela.com
